노원구 '장애인 맞춤형 미용실' 인기 톡톡

2024-01-24 10:56:22 게재

커트·파마하면서 복지·서비스 정보 얻고

상계·공릉에 한곳씩, 예약대기만 2~3개월

"1년에 한두번 가는 것도 불편했어요. 매번 도움 요청하기도 어렵고. 염색이나 파마는 어지간하면 안했는데 이제는 부담 없이 자주 이용하겠네요."
노원구가 상계동에 이어 공릉동에도 장애인 친화 미용실을 마련했다. 사진 노원구 제공


서울 노원구 중계동 주민 정예은(44)씨. 휠체어를 이용하는 그에게 높기만 했던 미용실 문턱이 사라졌다. 정씨는 "평소 생각만 했던, 원했던 것 전부 충족시키는 공간"이라며 "다른 지역까지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공릉동에 문을 연 장애인 친화 미용실 '헤어카페 더휴' 2호점 이야기다.

24일 노원구에 따르면 '헤어카페 더휴'는 일반 미용실을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들 불편을 덜기 위해 전국 최초로 선보인 전용 공간이다. 2022년 9월 상계동에 문을 연 1호점이 시작이다. 사전예약제로 운영하는데 대기만 2~3개월에 달한다. 1호점 인기와 이동 동선을 고려해 공릉·월계권역 주민들이 보다 접근하기 쉽도록 2호점을 마련했다.

'장애인 친화'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설부터 남다르다. 좌석은 휠체어 높이에 맞췄고 별도 공간으로 이동하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머리를 감을 수 있도록 설비를 갖췄다. 좌석 하나는 이동식이라 중증 뇌병변 장애인은 자신의 휠체어에서 각종 시술을 받을 수 있다.

휠체어에서 좌석으로 이동을 돕는 기계장치(리프트)에 널찍한 전용 화장실, 전동휠체어 충전소 등 각종 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공릉점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판도 갖췄다. 낯선 상황을 두려워하는 발달장애인 등은 머리를 다듬는 동안 앞에 놓인 화면으로 영상을 시청할 수 있고 이용자들 요청에 따라 거울 크기를 확대했다. 각 좌석은 칸막이로 구분돼 있어 보다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 구 관계자는 "관련 단체·기관과 머리를 맞대고 유형별 장애 특성을 고려해 꼼꼼하게 설비를 챙겼다"고 설명했다.

시중가보다 대폭 낮춘 이용료도 매력 요소다. 커트 6900원, 파마 1만9000원, 염색 1만5900원 등이다. 기초수급자 등은 여기서 50%를 더 깎아준다.

무엇보다 서비스 품질에 신경을 썼다. 10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전문 미용사 2명이 상주하며 머리를 만진다. 면접 과정에서 장애에 대한 이해와 봉사이력 등을 확인해 채용했다. 구에서 의무교육과 역량강화교육을 주기적으로 진행,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돕는다.

미용사와 함께 사회복지사 한명이 미용실을 지킨다. 이용자와 소통하면서 불편이 없는지 챙기는 건 기본. 각종 복지정보를 안내하고 필요한 경우 운영기관인 마들종합사회복지관이나 동주민센터, 구청 부서에 연계한다.

그만큼 이용자들 만족도가 높다. 23세 청년을 동반한 신태자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미용실 방문 자체가 아이에게 스트레스였다"며 "자치구마다 하나씩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이라고 거부하고 휠체어 들어서 옮기기도 힘들어서 복지관 봉사를 주로 이용했다"며 "이용하기 너무 편하게 돼 있고 커트하고 난 뒤 처음으로 머리를 감아 아이도 아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노원구는 헤어카페를 비롯해 장애인 친화도시 조성, 자립생활 지원, 안전한 시설이용 등 60여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올해는 상계동에 전동보장구 운전연습장을 조성하고 전동보장구 보험 보장액을 기존 20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확대한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헤어카페는 전국적으로 퍼져나갔으면 하는 사업"이라며 "새로운 사업을 지속 확대, 주민 누구나 일상생활을 동일하게 누리는 장애인 친화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김진명 기자 기사 더보기